참 좋아하는 시인중 한분이 백석님이다. 처음 백석님의 <개구리네 한솥밥>을 읽으면서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서 읽게 된 책이<귀머거리 너구리와 백석동화 나라>였는데, 그 속에 <오징어와 검복>이 들어있었다. 그때는 이렇게 멋진 수묵화의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지금의 느낌이 나지 않았었는데, 아이들과 다시 읽으면서 이 글 참 가슴을 아린다. 1912년에 태어나 일제 강정기를 살던 백석 선생이 이글을 발표한건 1957년, 해방후였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우리네 역사가 녹아져 있다. 오징어는 오랫동안 뼈가 없이 살았네. 오징어는 뼈가 없어 힘 못 쓰고, 힘 못 써서 일 못하고, 일 못하여 헐벗고 굶주렸네. 헐벗고 굶주린 오징어는 생각했네. 남들에게 다 있는 뼈, 내게는 왜 없을까? 처음엔 그냥 오징어 이야기 인 줄 알았다. 그런데, 농어가 대답하고 도미가 대답한다. "너는 세상 날 때부터 뼈가 없단다. 뼈 없이 그대로 살아가야지." "너는 네가 못난 탓에 제 뼈까지 잃은 거지. 못난 것은 뼈 없이 살아가야지." 가슴이 내려앉는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 멍하니 있으니, 아이가 의아하게 바라본다. 왜 그러냐고... "네게도 남과 같이 뼈가 있었지. 그러던 걸 욕심쟁이 검복이란 놈 감쪽같이 너를 속여 빼앗아 갔지. 검복을 찾아가서 뼈를 도로 내라 해라." "조선인에게도 남과 같이 나라가 있었지. 그러던 걸 욕심쟁이 일본이란 놈 감쪽같이 을사늑약으로 너를 속여 나라를 빼앗아 갔지. 일본을 찾아가서 나라를 도로 내라 해라." 모든 글이 이렇게 읽혀지기 시작했다. 해방후에 발표가 된 이 글에서 해방 전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수묵화로 멋지게 그려진 이 글과 그림에서 우리네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그럼에도 한 템포를 늦추어 이야기를 해준다. "제 것을 빼앗기고 도로 찾지 못하는 건, 그것은 겁쟁이 그것은 못난이. 검복이 힘세다고 싸우지 않고 겁이 나 쫓긴다면 빼앗긴 뼈는 못 찾지." 얼마나 가슴절절히 아픈가... 제 것을 빼앗기고 도로 찾지 못하는 나라. 그 사람들... 겁쟁이, 못난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 민초들이 무엇을 했겠는가...? 그래도 힘을 낸다. 장대의 말을 듣고 오징어 마음먹었네. 목숨 걸고 검보과 싸워 내기로. 오징어는 그 이튿날 검복을 또 찾아가, 빼앗아 간 제 뼈를 도로 내라 하였네. 오징어는 어제와 달라, 겁먹고 달아날 그는 이미 아니었네. 무섭게 달려드는 검복에게로 오징어도 맞받아 달려들며 입을 쩍 벌리면서 먹물 토했네. 시꺼먼 먹물을 찍찍 토했네. 민초들이 할수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택하고 있는 오징어. 진다는걸 알면서도 부딪치고 부딪치는 이 부분.. 작은 아이는 뜻을 몰라 그냥 오징어와 검복의 이야기로만 안다. 하지만, 큰아이와 이야기를 하니 말이 통한다. 어쩌면 백석 선생은 이런 생각이 아닌, 자기것을 찾으려는 오징어의 노력을 이야기 했을지도 모른다. 뼈 하나 도로 찾고, 검복을 만나면 싸우기위해 먹물 가지고 다니는 오징어를... 그런데, 엄마의 눈에는 그것만 보이지가 않는다. 아이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나라라는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가 보인다. 나라 없이, 우리가 살수 없음이 보이고, 그러기 위해서 힘을 키워야 함이 보인다. 큰 아이가 다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엄마가 느끼고 있는 부분을... 하지만, 읽고 읽고 또 읽어서 책이 아이의 일부가 되었으면 한다. 오징어가 끝끝내 뼈하나를 되찾아 자기것을 만들었듯이 말이다.
재미있는 노래같이 흥겨운 백석의 동화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재 시인으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백석의 동화시 「오징어와 검복」 이 화가 오치근의 수묵 담채화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정겨운 우리 고유의 말과 리듬감 있는 시어를 사용해, 마치 돌림노래처럼 시구를 반복하는 백석의 시는 소리 내어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또한 인간 세상을 빗댄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빛 바래지 않을 백석 동화시의 가치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소년한길은 백석 동화시집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 첫번째 책인 오징어와 검복 은 빼앗긴 뼈를 되찾으려는 오징어의 이야기를 통해 백석 동화시의 참다운 재미를 보여줍니다. 또한 어린이 그림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선 굵고 개성 넘치는 그림도 시선을 사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