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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독일 호프하임 경찰서 강력반의 멋진 콤비인피아 키르히호프와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이 이끄는 ‘타우누스 시리즈’의 첫 편입니다.지금까지 출간된 모든 시리즈를 읽었는데도 무슨 이유에선지 시리즈 첫 편인 이 작품만은꽤 오랫동안 책장에서 제 선택을 외면당하고 있었습니다.밀린 숙제를 하듯 방치했던 작품들을 하나씩 꺼내서 읽기로 한 덕분에 겨우 빛을 본 셈인데결과적으로는 마치 두 주인공의 프리퀄을 만끽한 듯한 의외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피아와 올리버는 각각 38살, 45살의 나이로 등장합니다.(최근작인 ‘잔혹한 어머니의 날’에서 피아는 곧 만 50세를 앞두고 있습니다.)두 사람 모두 프랑크푸르트에서 오랫동안 도시생활을 하다가 ‘시골’이라 불리는 호프하임에서 반장과 신참으로 첫 만남을 갖게 됩니다.특히 피아는 ‘평범한 주부’를 요구했던 남편 때문에 7년의 공백 끝에 복직한 상태였고,올리버는 강력11반의 쌩쌩하고 의욕적인 반장으로 등장해서 무척 신선하게 보였습니다.상처받고 지친 모습이었던 두 주인공의 최근작을 생각해보면이렇게 시리즈의 첫 편을 일부러 미뤄뒀다가 프리퀄처럼 읽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두 주인공의 첫날은 분주하게 시작됩니다.청렴결백한데다 정치적 영향력도 있는 노(老)검사가 자살한 채 발견돼서 충격에 빠져있는데현장을 채 살펴보기도 전에 젊은 여성 이자벨이 추락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이후 피아와 올리버는 이자벨 사건에 전념하는데, 문제는 이자벨의 주변을 조사할수록 예상치 못한 추악한 사건들이 고구마줄기처럼 계속 딸려 나온다는 점입니다.또한 상대를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만 활용해왔던 이자벨은남편이 근무하는 말 종합병원은 물론 그녀가 활약했던 유명 승마클럽 등자취를 남겼던 곳마다 온갖 추문과 오점을 남겨왔기 때문에아무도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는 점도 피아와 올리버를 당황케 만듭니다. 시리즈 첫 작품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다소 산만하고 복잡하게 보입니다.그 누구도 용의자가 될 수 있을 만큼 이자벨 주변의 인물들의 상황을 복잡하게 꼬아놓았고, 그런 탓에 피아와 올리버의 수사는 자연히 좌충우돌 동분서주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고구마줄기처럼 딸려 나온 사건들은 꽤 묵직하고 중요한 것들로 판명되지만정작 이자벨 살인사건 자체와는 동떨어진 것들이라 피아와 올리버를 피곤하게만 만듭니다.특히 시기와 질투, 탐욕과 불신으로 얽힌 이자벨 주변 인물들의 관계도가 너무 복잡해서독자 입장에서도 읽으면서 몇 번씩이나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개인적으론 시리즈 첫 편을 프리퀄처럼 읽는 재미에 푹 빠져서 아쉬움이 덜한 편이었지만상대적으로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입소문을 덜 탔던 건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만큼 복잡한 설계도를 그리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엔딩을 끌어낸 건 대단한 일입니다.‘사랑받지 못한 여자’라는 제목보다 ‘모두가 죽이고 싶었던 여자’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만큼수많은 용의자가 등장하고 그에 따른 부수적 사건들이 여러 건 등장하지만그 거미줄 같은 상황 속에서 피아와 올리버는 집요한 추리와 탐문 끝에 진실을 찾아내는데,다 읽고 복기해보면 그 복잡한 과정의 설계와 마무리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물론 그만한 저력이니 이후의 ‘타우누스 시리즈’가 세상의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던 거겠죠. 혹시라도 저처럼 이 작품을 아직 안 읽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팬이라면피아와 올리버의 첫 만남, 그리고 두 사람의 가까운 인물들(가족과 경찰 모두)의 첫 등장을이 작품을 통해 꼭 맛보시기 바랍니다.피아와 올리버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묘사한 문장들로 서평을 마무리하겠습니다.(사실 이 문장을 읽기 전까지 전 피아가 꽤 단신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줄무늬 셔츠에 밝은 색 리넨 양복을 입고 포도밭 사이로 걸어오는 그를 보며피아는 저런 사람과 함께 일을 하는 건 과연 어떨까 생각해봤다. (중략)그와 얘기하려면 178센티미터인 피아도 올려다봐야 한다.” (p11)
넬레 노이하우스는 친근감 있는 등장인물들과 치밀한 구성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특히 인간의 양면성과 추악함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 에서 그녀는 시리즈 첫 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무게감과 힘을 보여주며, 전 세계 수백만 독자를 타우누스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던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스캔들, 정재계를 뒤흔드는 검은 음모와 범죄 조직, 그리고 한 인간의 인생을 뒤트는 사랑……. 미스터리적 완성도뿐 아니라 시리즈로서의 재미까지 고루 갖춘 사랑받지 못한 여자 는 넬레 노이하우스를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아직 타우누스 시리즈를 접해보지 못한 미스터리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16년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남편과 이혼한 후, 형사로 복직하게 된 피아 키르히호프 형사. 타우누스 강력반으로 발령받은 그녀는 오자마자 첫 번째 사건을 만난다. 대쪽 같은 성품으로 인기를 모으던 하르덴바흐 부장검사가 자살한 것이다. 피아는 강력반 반장인 보덴슈타인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이어 미모의 젊은 여성이 전망대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세상이 부장검사의 자살로 시끄러운 와중에,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두 번째 희생자인 이자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그러던 중 보덴슈타인은 수의사인 이자벨의 남편에 대해 조사하다가 첫사랑과 재회하게 된다. 변하지 않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보덴슈타인은 지운 줄 알았던 과거의 감정이 되살아남을 느끼며 혼란에 빠진다.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자벨의 죽음 뒤에 얽힌 검은 음모가 차츰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삐걱거리면서도 힘을 합쳐 조금씩 사건의 진상을 향해 다가간다. 승마 클럽과 제약회사, 다수의 정재계 인사들까지 이자벨의 죽음에 관련되었음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기만 하고, 단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놀라운 진실을 만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