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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썸머 베케이션


청소년들과 공감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아니, 부탁이기도 했다. 조금 더 많은 친구들이 ‘오지라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가족과 이웃과 친구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더 나아가 사회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오지랖을 부리길 바란다.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던 책.개인적으로 책의 내용보다 이 말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담백하고 건강한 맛으로 독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청소년소설

쳇바퀴 같은 일상과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방학은 사막 속 오아시스나 마라톤 코스의 급수소와 같다. 더위와 갈증과 피로를 씻어 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기운을 충전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청소년들에게 방학은 학기 중보다 더 숨 가쁜 시기이다. 각종 숙제, 캠프 참가, 봉사 활동, 특강, 체험 프로그램, 경시대회 준비 등으로 방학 계획표가 꽉 차 버리기 때문이다.

장편 청소년소설 썸머썸머 베케이션 의 주인공이자 평범한 고등학생인 이하준도 고달픈 여름 방학을 맞았다. 하지만 하준이의 방학 계획표는 여느 청소년들의 것과 조금 다르다.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피해 늦잠도 자야 하고, 엄친딸 퀸카 한예빈의 일방적인 애정 공세를 피해 첫사랑을 사수해야 하며, 이기적인 명문대생 형과 화해한 후 무사히 입대를 시켜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대형 마트와 펜션 타운에 맞설 동네 소상인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하는가 하면 서울에서 전학을 온 서연이의 굳게 닫힌 마음의 문도 열어야 한다.

이 작품은 자극적인 소재와 비현실적인 일탈이 난무하는 청소년소설과 달리 잔잔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에 스며들면서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밝고 맑은 작품이다.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법한 캐릭터와 사건들이 전혀 과장되지 않게 그려지고 있어 독자들은 부담 없이 공감할 수 있다. 여기에 발랄한 유머 코드, 달달한 첫사랑의 설렘, 가족애와 감동, 비정규직이나 왕따 문제와 같은 사회적 고민까지 아우르면서 읽는 재미와 메시지의 깊이를 더했다.
썸머썸머 베케이션 은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 제10회 5ㆍ18문학상 소설 부문, 제3회 등대문학상 최우수상, KB 창작동화제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은 이희영 작가의 첫 장편 청소년소설이다. 작가의 반짝반짝한 표현력과 세밀한 심리 묘사,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덕분에 썸머썸머 베케이션 은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담백하고 건강한 맛으로 독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다.


시작하는 이야기
소문이 싫으니?
너희 학교 애들 중에
쟤 이름이 묭실이야?
조용히 하고 눈 감아
지갑에 현금이…… 없네요
잠깐, 지금 이 분위기는 뭐야?
언제 같이 가 볼래요?
오랜만이야, 이하준
네가 지금 그딴 쓸데없는 짓이나 할 때냐
날 위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서연이 때문이라면 앞으로 여기 오지 마라
몰라, 왜 좋은지
Winner takes all
그러는 너는 알아?
그땐 내가 아니라고 해 줄게
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