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하루
이석원 작가님 블로그에서 일전에 이 책에 대한 호평을 들은 적이 있었다. 시험이 일단락되고 잠깐 시간이 생기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나는 다이빙을 하듯이 그대로 이야기가 빠져들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예민하고 문학적인 비유들은 아주 찰지다. 세상에는 정말 표현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항상 언급하는 제목이지만 <우리에게는 언어가 필요하다>의 환상적인 제목처럼 이 책도 언어로서 세상을 더 정확하고 세련되게 만들고 있다. "날선 외로움", "정신과 혼을 방금 막 팔아버린 것 같은 그 형상", "증오받는 느낌은 힘겨웠다", "무엇인가 함부로 태워버린 것 같은 냄새" 등등! 한편 이런 표현들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감수성 깊은 사람이, 저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도 신기하기도 했다.<시골의사> 시리즈부터 시작해 의사들의 수필집을 읽고 있노라면 이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이 안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어릴 때는 대학병원에는 가본 적이 없었고 동네 병원도 자주 가질 않았어서 의사와 의업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감정도 가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땐 의사 일이란게 저렇게 힘든 것인 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요즘 느끼는 건 대학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 의사들과동네 병원의 의사들은 조금 과장해서 얘기해 다른 직종 같다고 해야 하나. 내가 수십 년 간 가지고 있던 로컬 의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요새 알게 된 대학병원 의사들의 이미지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어떨지 호기심이 동하기도 한다. 대학병원을 떠나 로컬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밑줄과 함께「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책임진다는 일, 그리고 사망을 직접 선고한다는 일은 한없이 엉키는 실타래와도 같아 푸리지 않는다. 집요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자신이 입을 열어 세상을 떠나보낸 사람에게 떳떳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것은 거듭할 수록 불행에만 가까워지는 일에 다름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만약 은 없다. 만약 이 없을 수 있게, 도저히 생각조차 나지 않아 내가 내뱉을 말에 어떠한 가책도 느끼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일이다.」 (P. 234)「이 생은 흔한 거리에 내던져지고, 화염을 뒤집어쓰고, 내려치는 주먹을 맞는 개자식에 가까운 것이라고, 이 생이……이런 생은……(중략)그리하여 나의 20대와 함께 성탄절도 지나고 새로운 30대가, 그 처참하고 먹먹한 불행이 다시 나에게.」 (P. 246)4점
만약은 없다 를 쓴 남궁인의 두번째 책!
삶과 죽음이 거짓말처럼 교차하는 그곳
인간의 목숨을 붙든 또다른 인간의 마음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슬픔과 두려움, 때로는 패배가 예정된 일일지라도 거기 맞서 싸우는 인간의 경이로움이 이 책에 엑스레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다 _요조(가수)
그의 하루는 지독하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가 지독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간 환자를 다시 삶의 영역으로 돌이켜야 하는 긴박한 과제가 지독하며,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을 떠나버린 환자와 이별하고 또 이별해야만 하는 일이 지독하다.
지독한 하루 는 매일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받아내며 사투를 벌이는 응급실의 의사 남궁인의 두번째 산문집이다. 생사가 갈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고민, 그리고 죽음이라는 ‘예정된 현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사회를 비추는 성찰을 담았다. 죽음은 모든 인간이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지만, 응급의학과 의사인 그에게 그 운명은 더욱 급박한 형태로 습격하듯 찾아온다. 도시가 잠든 깊은 밤, 각종 사건 사고, 혹은 급작스런 비극을 맞이한 이들이 도착하는 종착지가 바로 응급실이기 때문이다. 남궁인은 매일같이 의사로서 환자와 함께 이 운명을 대면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극적으로 생명을 다시 획득했고, 어떤 이들은 의료진의 온갖 노력 끝에도 결국 생의 마지막을 마주해야만 했다.
프롤로그: 죽음의 순간, 그 경계를 긋는 일
지독한 하루
기내 난동 사건을 마주하며
악마를 만나다
라포를 형성한다는 것
인턴 첫날의 일기
하나뿐인 신장
산 채로 불탄 일곱 명의 사내
그들이 사는 세상
질풍노도를 건너는 법
거기 119죠?
지진의 응답자들
‘밭갈이’를 아시나요?
영민한 외과 인턴의 일
왜 하필 그곳은 양양이었을까
소방본부의 의사
죽음은 평등한가요?
‘매끄러운 뇌’를 가진 열한 살 아이
땡볕에 갇힌 아이
1미터의 경계
조각난 몸
중증외상센터의 현실
외로움 일기
만약은 없다
마지막 성탄절
에필로그: 정우철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