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쪽지전쟁

쪽지전쟁

고운 말을 써요.[쪽지 전쟁] [쪽지 전쟁]은 말의 중요성 에 대해 아이들의 시각에서 유쾌하게 풀어낸 동화다. 책상에 머리카락 하나 떨어진 것 가지고도 날을 세우고 싸우는 수혜와 지현이 때문에 반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은 난처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 "선생님, 노수혜 때문에 짜증 나 죽겠어요. 노수혜 좀 다른 반으로 보내 주세요. 우리 반 애들도 다 그걸 바라고 있을걸요."-5 선생님은 고민 끝에 수혜랑 사촌지간이고 지현이하고도 친한 헌철이를 불러 둘의 사이가 나빠진 이유를 묻는다. 헌철이는 둘이 처음에는 그냥 싸웠는데 왕따 와 지현이 언니 라는 금지된 표현을 쓰면서 원수 사이가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양심의 가책이 소용돌이친다. 수혜와 지현이의 지우고 싶은 과거를 서로에게 폭로해 둘 사이를 더욱 벌어지게 한 장본인이 본인이었으므로... 선생님은 수혜와 지현이가 서로 대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쪽지로 할 말을 전하도록 한다. 각자의 부모님께 공주처럼 귀한 딸, 왕자처럼 귀한 아들이므로 쪽지를 쓸 때 예의를 갖추어 쓰라는 미션과 함께.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말 대신에 쪽지를 쓰라는 솔로몬의 판결 같은 지혜로운 처방이었지만 이들의 쪽지는 그야말로 "쪽지 전쟁 이 되어 간다. 헌철이는 선생님이 코코아를 타주시며 부탁한 대로 둘 사이의 감시자가 되어야만 했다. 쓰디쓴 코코아에 설탕 같은 감미료가 있어 덜 써진다면, 둘 사이의 전쟁에도 설탕 같은 중재자가 있다면 좀 나아지지 않으려나? 헌철이는 고민끝에 가짜 쪽지를 써서 서로에게 전달하며 달달한 설탕 역할을 자처한다. 이런 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으려나? 헌철이의 의도대로 수혜와 지현이는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까?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릴 수 있음을 아이들도 알아차려야 할 텐데. 쪽지 전쟁이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지혜로운 처방 덕분도, 직접 말로 할퀴지 않고 글로 쓴 덕분도 아니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이해와 배려의 표현, 바로 그것이 있어 둘의 마음이 서서히 녹게 된 것이다. [쪽지 전쟁]에서는 아이들의 말로 전쟁이 시작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왕따라는 상황도,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도 말 한 마디로 시작되는데, 그 말 한 마디로 시작된 전쟁을 누그러뜨리는 것 또한 대단한 힘을 지닌 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보면서 아이들이 말이 지닌 힘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책에서도 사용된 "짜증난다"는 표현이 거슬리긴 했지만 아이들의 현실이 그러하니 받아들일 수 밖에. 밝고 고운 말만 쓰는 아이들이 되도록 모두가 신경을 쓰길 바란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라든지, 남아일언중천금 등의 속담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의 중요성은 모두들 잘 알고 있을 터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는 요즘 들어 사춘기에 접어들었는지부쩍 "짜증난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한 번, 두 번. 귀에 거슬렸지만 기분이 안 좋아서 저도 그럴 테지 하며 넘어가 주었는데, 세 번째에는 도저히 못 참겠어서 아이를 불러 한 소리 했다. "우리 집에서는 욕도 안 되지만 짜증난다 는 말 또한 욕으로 간주한다. 앞으론 엄마 귀에 그 말이 들리는 일 없도록 하자."딸아이는 볼이 잔뜩 부었지만 자신의 잘못을 알았는지 "예"하고 대답한다. 철없는 1학년 아들 녀석은 옆에서 "학교에서 친구들이 욕 많이 하는데."라며 추임새를 넣는다. "친구들이 그러건 말건 너희들은 입밖에도 욕 꺼내면 안 된다. 나쁜 말인 거 알고 있지?""그렇지만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말을 줄여서 하거나 욕을 하면 알아들을 수 없는 게 많아. 어떻게 해야 돼?"이 대목에서 두 가지 문제점을 딱 짚어낼 수 있다. 아이들끼리의 은어가 생기고 있다는 점.은어를 사용하는 무리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지 못하면 무리에 적응할 수 없다는 점.우정을 위해서 욕을 배워 같이 사용하는 것도 안되고, 더더군다나 무리들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왕따 문화 를 만들어서도 안되는 것인데...요즘 아이들의 학교 생활생활이 걱정되기도 해서 또래 친구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우리 딸애가 짜증난다 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기에 호되게 뭐라고 했는데 나도 마음이 안 좋다. "그 엄마의 아이들도 짜증난다 는 말을 자주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이렇게 단호하게 대처하니 동조해 줄 것을 권유하는 형식으로 말한 것이었다. 뭘 그렇게까지 빡세게 단도리하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아마 그 엄마도 집에 가서는 아이들의 말버릇을 한 번 더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을까 싶다.

천 원은 너무해! 전은지 작가의 신작!
지구보다 무거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
말은 진짜진짜 힘이 세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더니 내가 바로 그 꼴이야.
내 단짝 친구 지현이랑 이종사촌 수혜가 벌써 한 달째 전쟁 중이거든.
담임 선생님이 서로 말을 못 하게 했더니 이젠 쪽지로 싸우지 뭐야.
난 녀석들 쪽지 배달하느라 아주 죽을 맛이고.
누가 이 녀석들 좀 말려 줘!

지현이랑 수혜 사이가 처음부터 나빴던 건 아니야.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서로 마음을 상하게 했어. 지현이도 수혜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상처받은 마음이 쉬 아물지 않고 계속 덧나기만 했지. 게다가 나까지 나서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말았어. 싸움이 더 심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그만 지현이와 수혜의 뼈아픈 기억을 들추고 만 거야. 둘 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으니 서로를 잘 이해하면 사이가 좋아질 거라 생각했던 거지. 정말 미련했어. 이 일로 지현이랑 수혜 사이는 완전히 틀어졌어.
하루도 빠짐없이 싸우는 두 녀석 때문에 담임 선생님도 몹시 골치가 아프셨나 봐. 선생님은 궁리 끝에 ‘쪽지 대화법’을 제안하셨지. 나더러는 두 녀석이 예의를 갖춰 쪽지를 잘 쓰는지 지켜봐 달라고 하셨고. 선생님이 타 주신 유난히도 달콤한 코코아에 홀딱 넘어가서 알았다곤 했는데……. 아, 최지현과 노수혜 사이에 껴서 정말 지옥이 따로 없어! 도대체 언제까지 이 고생을 해야 해?